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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인터뷰]윤기원 “공채 탤런트 겸 개그맨, 나 하나뿐"
2019.03.29

【고양=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할 연극 '냄비' 준비중인 배우 윤기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9. chocrystal@newsis.com


【고양=뉴시스】 궁금, 궁금한 금요일

탤런트 윤기원(48)은 전성기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맹활약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때 자신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았다.

“중요한 시기에 실수를 하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나태했고, 자만을 넘어서 오만했다. 스스로는 겸손하다고 생각했는데 ‘자뻑’에 빠졌다”고 반성했다.


【고양=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할 연극 '냄비' 준비중인 배우 윤기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9. chocrystal@newsis.com


특히 시트콤 ‘순풍산부인과’(1998~2000)에서 1인 다역을 맡아 신스틸러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달’(김성은)의 과외 선생부터 국정원 첩보요원 사칭 중국집 배달원, ‘오중’(권오중)의 옆집 이웃, 사이비 교주, 스토커, ‘영란’(허영란)의 군대 간 자칭 남자친구, 쇠붙이 자석 기인, 에어로빅 강사까지 맡은 역을 셀 수 없을 정도다. 김병욱 PD는 시청률이 떨어질 때마다 윤기원을 투입, 구원투수로 활용했다. 지금도 ‘윤기원 레전드’라는 제목으로 영상이 떠돌아다닌다.

“‘순풍산부인과’ 이후 2~3년이 내 인생의 전성기인데,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묻어 두고 싶다. 당시 아주 잘 나가지는 않았지만 바빴다. 지금 같은 마인드였다면 자리를 잡았을 텐데 내 탓이 크다. 이전에 잘못한 것은 고치고, 놓친 것은 틀어잡고 싶다. 40대가 되면서 도를 좀 많이 닦았는데, 너무 오래 도를 닦고 있는 것 같다.” 아쉬움과 후회가 교차하는 듯 하다. ‘나도 왕년에 잘 나갔다’며 전성기의 자랑을 늘어놓을 법도 한데 자세를 낮췄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뒷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최근 막을 내린 TV조선 드라마 ‘바벨’로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만났다. 지난해 TV조선 시트콤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 안방극장 복귀는 ‘딴따라’(2016) 이후 3년여 만이다.


【고양=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할 연극 '냄비' 준비중인 배우 윤기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9. chocrystal@newsis.com


‘바벨’은 복수를 위해 인생을 내던진 검사 ‘차우혁’(박시후), 재벌과 결혼으로 인생이 망가진 배우 ‘한정원’(장희진)의 사랑 이야기다. 윤기원은 거산그룹 안주인 ‘신현숙’(김현숙)의 심복 ‘고 상무’로 분했다. 거산그룹의 상황이 변할 때마다 신현숙과 ‘태 회장’(김종구), 장남 ‘태수호’(송재희)를 오가며 줄타기했다. 코믹과 반전을 넘나들며 변함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 동안 연극 무대와 시나리오 집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극단 ‘십년 후’ 소속으로 연극 ‘냄비’ 연습에 한창이다. ‘냄비’는 미군부대 근처 허름한 대폿집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삶의 애환을 털어놓는 이야기다. 윤기원은 지방 학원강사 역을 맡는다. 현실 때문에 세상과 타협했지만 올곧은 인물이다. 6월 열리는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여하며, 7월 옌볜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극단에서 준비하는 뮤지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요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런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다. 사실 연극만 해서는 먹고 살기 쉽지 않다. 작년까지만 해도 극단에서 ‘얼마 줄까?’ 물어보더니 지금은 안 물어본다. 주는대로 받고 있다. 극단 소속 젊은 배우들은 다 알바한다. 나는 그나마 중간에 ‘바벨’을 해 생계에 도움을 받았다. 사실 연극은 도전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깝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연기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 사업이나 장사 등 부업을 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배우질로 먹고 살고 싶다.”


【고양=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할 연극 '냄비' 준비중인 배우 윤기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9. chocrystal@newsis.com


윤기원은 연극을 하며 내공을 쌓았다. TV 연기를 할 때는 주로 잔재주로 얕은 연기만 선보였는데, “연극은 수없이 반복하면서 깨닫는 작업이다. 매일 좋은 영양제를 맞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마치 무술 대련만 하다가 실제로 적들과 맞서 싸우는 것 같단다. 이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지난해 온라인 단편영화 ‘덕소’도 선보였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 주연까지 1인3역의 몫을 해냈다. ‘덕소’는 6명의 동네 주민이 잠자다가 갑자기 죽는 연쇄 사망 사건을 다룬 22분 분량의 미스터리 호러물이다. B급 감성으로 네티즌들을 웃겼다.

“아직 손발이 게을러서 꾸준히 시나리오를 쓰지는 못한다”면서도 “‘덕소’는 일주일 구상하고 4~5시간 정리해 이틀 정도 촬영했다. 예산이 넉넉지 않아서 최소한의 스태프만 꾸렸다. 이전에 함께 작업한 카메라 감독님이 도와줘서 해낼 수 있었다. 아이디어가 많은데 닥치면 하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윤기원은 1991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했다. 유재석(47), 김국진(54), 김용만(52), 박수홍(49), 남희석(48) 등과 동기다. 1996년 SBS 탤런트 시험에 합격한 후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예전에는 ‘개그맨 출신 탤런트’라는 수식어가 ‘주홍글씨’처럼 느껴져 꺼렸다.


【고양=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할 연극 '냄비' 준비중인 배우 윤기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9. chocrystal@newsis.com


“우리나라에서 개그맨, 탤런트 모두 공채 출신인 건 나뿐이다.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강변가요제도 나갔다. 웃긴 이미지로 보는 건 좋은데, 나를 하나의 색깔로만 고정해 속상했다. 30대 초중반에 바쁠 때는 엄청 투덜거리고 신경질적이었다. 애드리브 몇 번 했을 때 카메라 감독님이 웃으면 ‘잘한다’고 착각했다. 작품 전체에 누가 되면 안 되는데, 절제할 줄 몰랐다. 시키니까 짜증내면서도 계속했고, 어느 순간 딜레마에 빠졌다. 즐기면서 하지 않으니 어떻게 100%가 나오겠느냐. 지금도 부끄럽다.”

시련은 한꺼번에 닥쳐왔다. 2011년 맨홀 뚜껑을 잘못 밟아 요도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하차,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듬해 드라마 ‘버디버디’(2011)에서 인연을 맺은 탤런트 황은정(37)과 결혼했지만, 2017년 12월 이혼했다.

“돌싱이 돼 나 혼자 살고 있다. 30대 초반에는 외로움을 많이 타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절제할 줄 안다. 딱히 연애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든다. 나는 여자들을 다룰 줄 모른다. 여자들의 마음을 모를뿐만 아니라 투덜대고 잘 챙겨주지도 못한다. 다시 연애해도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싶다. 자신이 없다. 이번 생은 글렀다.(웃음)”윤기원은 누구보다 솔직하고, 유머 감각도 여전했다. 코믹한 역을 맡아 전성기의 인기를 되찾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고양=뉴시스】조수정 기자 =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할 연극 '냄비' 준비중인 배우 윤기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9. chocrystal@newsis.com


“지금 들어오면 최선을 다해서 할거다. 어린 시절 연기한 것과 다르게 접근하지 않을까. 나무 한 그루만 보지 않고, 좀 더 멀리 숲을 보고 할 거다. 올해 방송이든 영화든 한 두 작품 더 하고 싶고, 곳간에도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양식이 있어야 생활하지 않느냐. 뒤늦게라도 철이 들어서 다행이다. 예능에서도 보고 싶다고? 편안하게 떠드는 것은 괜찮은데, 대본을 주면 못한다. 아직도 예능 울렁증이 있다. 유일하게 연기만 울렁증이 없다.”

최지윤 기자